 원갑희 교수님 정년퇴임 기념 강연회 강의내용 예술과 교육
- 오래됨과 새로움 溫故而知新- 원 갑 희
오늘 강연의 주제는 예술, 교육 2가지 이며 2주제의 요소가 오래됨과 새로움이라는 씨줄 날줄의 구조
속에 베틀을 짜보려는 것이다. 따라서 주제의 순위대로 분석적 고찰을 한 다음 종합적으로 미래적 과제라 할가, 모두가 숙고해야할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또한 일선 교육현장에서 공식적 활동을 마감할 때까지 교과목뿐 아니라, 학생들과의 일상 대면에서 교수에게 주어진 주제이기도 하였다. 다만 교수로서 주어진 주제에 대한 연구 결과로서 저술한 책이 한권도 없었다는 게으름, 나태함에 대한 깊은 자책과 사과를 드린다.
나의 모교 철학과 교수로서 정년 퇴직한 박희성 교수님은 책한권 출판한 적 없었지만, 가장 존경스러운 스승이었고 철학적 시간의 즐거움을 주었던 추억의 분으로 남아있다. 그러고 보니 변명같은 유사함이 있다.
모든 사람, 예술가에게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회고하고 압축하는 자서전, 자화상을 남기는데 정치적 목적을 지향한 사람들의 속물적 예외성을 제외하고 새기고 기억할만한 것이 한국에는 별로 없다. 서양에는 문학적으로 예술적으로 A.어거스틴, J. 루쏘의 고백록, 다빈치, 듀러, 렘브란트, 고호 자화상 등이 그렇게 많으며 후대에 깊은 영향을 끼치는데 내세울 공덕이 없거나 겸양 탓인가, 이런 연유에는 동양적 사유방식의 차이라고 본다. 기독교 사상을 받은 서양문화인의 심층의식에는 최후 심판에 대비하는 반성적 고백의 충동이 숨어 있다. 그러나 동양의 유불도 사상에는 스스로의 깨달음, 自性의 경지에서 자신의 고백적 드러냄보다도 자족의 겸허함으로 은둔한다. 영웅과 성자로 압축되는, 동서 문화의 대비라고 할가? 예수의 십자가형이 상징하는 비극적 장엄미가 없는 것이 동양이며 생사일여적 열반의 해탈로 초탈하므로 서양식 비극이 없다.
그러함에도 공자의 70 생애관을 압축한 志於學, 而立, 不惑, 知天命, 耳順, 從心所欲 不踰矩 라는 논어 어귀는 내 나이 들수록 자기반성적 경구로 남아있으며 조선의 유일한 공재의 자화상은 그의 불우하였던 삶 속에서 압축 표현하려고 한 의미를 음미하게 한다. 또한 김구의 백범일지나, 김대중의 회고록, 해외에서 읽었던 김일성의 방대한 회고록은 분단비극의 상처에도 불구하고 민족적 자긍심을 지켜낸 지도자상을 살펴보게 한다.
내 나이세대를 시대별로 요약하면 유년기에서 장년기에 이르기까지 일제 강점기가 지난 해방 정국의 혼란에서 남북대치와 6.25 전쟁, 4.19 학생혁명, 5.16군부쿠테타, 5.18민중항쟁, 6월민주혁명 등 남한사회의 민중들의 유혈과 희생을 치루는 일련의 역사흐름 속에 내가 무엇을 느꼈고 생각하고 행동하였는가를 더듬으며 살아왔다. 그리고 역사의 정도, 정통성이 있다면 나는 이를 외면, 침묵, 동조하는 삶의 사고의식과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위안과 한가닥 자부심을 갖는다. 나의 선배(스승,부모)세대가 일제와 6.25의 청년기를 살아남음으로써 형성된 좌절, 회의, 몸조심, 기회주의적 속성 등을 배우지 않는 것이다. 다만 에술과 철학을 지망하는 동세대들은 같은 생각의 방향을 하기 마련인데 5.16 쿠테타가 가난의 극복이라는 명분으로 대중을 회유할 때 친구들과 당면한 현실과의 사이에 갈라지는 갈등이 있었다. 결국 5.16쿠테타는 미국의 음조와 조종을 일삼는 제3세계 지배 전략의 각본과 사기극이었다는 것이 판명났다. 국외의 지식인이라면 알 수 있는 미국이 군부우익세력을 조종하고 육성하는 책략을 국내의 청년기에는 읽기 힘든 것이었다.
아무튼 내 예술사상 편력의 독서 목록을 열거하면 H.헤세 또스또엡프스키, 토마스만, 니이체, 싸르트르
등이 청년기의 실존적 방황과 고뇌를 깊게 하였고 K. 마르크스, 레닌, 루카치, 솔로호프, 노신의 저작을 통해 사회문제의 구조분석을 읽게 하였다. 특히 마르크스 레닌사상의 자본주의 분석과 실천 강령은 근대 지성사의 분수령을 이룬 , 20세기를 양대 세계로 구분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남겠지만, 사회주의 국가의 실패와 내부 붕괴로 인해 급속히 소멸하였다. 그렇다고 그것이 현실 자본주의의 승리의 증거는 아니다. 오늘의 사상가는 자본주의 현실을 극복할 대안을 찾아야할 책무를 여전히 지니고 있다. 후기포스트 모더니즘의 사상가들도 아직 시원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마르크스를 극복하였다는 김일성의 주체사상과 예술론을 모택동의 그것과 비교하여 주의깊게 읽었지만, 논리근거의 허약성, 사람 중심의 연역적 사고 전개의 뿌리가 전통사상의 토대에 두고있지 않는 한계에 봉착한다. 주의와 사상은 자유로운 비판 속에 성숙 발전하는데 정치적으로 원천 봉쇄하는 것은 사상경색의 화석화를 의미한다. 그러함에도 서독이 동독을 흡수 통합한 것처럼 북조선을 남한이 통일화하는 어떤 정책, 사상에도 민족의 이름으로 절대 반대한다. 왜냐면 마지막 남아있는 사회주의 잔영을 현실 자본주의 세계 질서로 흡수하기 때문이며 , 그것이 어떤 역사 발전도 진보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도 미국의 패권주의가 이를 집요하게 북핵문제로 여러 유,무형 방식으로 방식으로 압박을 계속하지만 평화적 방법의 해결없이 일방적으로조선의 자존심을 굴욕시켜서는 아니되며 한반도는 남북간이 없는 민족 모두를 지키는, 전체를 포옹하는 사상으로 사고하고 대처해야한다. 그것이 진정한 통일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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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1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