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464
이름: 펌남
글 등록 구분: 자유
2007/3/13(화) 00:12 (MSIE6.0,WindowsNT5.1,SV1,i-NavFourF,InfoPath.1) 219.251.189.78 1024x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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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5회 대한민국 미술대전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제25회 대한민국 미술대전(이하 미술대전)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최근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지면서, 미술계 안팎으로 미술대전과 관련한 온갖 잡음들이 난립하고 있다. 여기에 미술대전의 운영과 심사과정의 문제점을 집중취재한 KBS의 보도까지 가세하면서 그야말로 미술대전과 그 주최측인 한국미술협회(이사장 노재순, 이하 미협)의 입지는 송곳날만큼이나 좁아지고 있다.
사실 미술대전 비리의혹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989년 미협이 문예진흥원(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 운영해 오던 미술대전 이양권에 합의하면서 거의 매년 비슷 비슷한 비리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1억여 원의 문예진흥기금이 지원되고, 한 때 1등 대통령상에는 병역특례 혜택까지 주어졌던 미술대전이 학연, 지연, 인맥에 치우쳐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사이의 사건만 살펴봐도 미술대전의 문제점들은 나아질 기미는 커녕, 계속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의구심을 감출 수가 없다. 가령 지난 2000년에는 미술대전에 출품한 화가들이 미술협회 관계자에게 돈을 주고 지인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는 방식으로 입상한 사실이 드러나 관련자들이 배임증재 혐의(민간인의 뇌물죄)로 구속된 일이 있었다.
또 2001년에는 곽석손 이사장이 이끌던 미술협회가 미술대전에 대한 여론의 뜨거운 비판에 못이겨 미술대전 심사 비리와 관련한 사과성명을 내기도 했다. 당시 성명서에는 “명망인사, 언론인, 미술평론가 등으로 ‘미술대전 개혁위원회’를 만든 뒤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대한민국 미술대전이 명실공히 국내 최고 권위의 미술 공모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약속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후 구체적인 실행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지난 2005년 미협이 발표한 미술대전 ‘개편안’은 또한번 언론 지면을 달구었는데, 바로 1960~1970년대 국전처럼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 문화관광부장관상 등의 고위관직 시상제를 부활시킨다는 대목 때문이었다. 당시 미술계에서는 미술대전(미협)이 자성할 생각은 하지 않고 시대착오적인 운영으로 미술대전의 권위만을 살리려 한다는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다시 돌아와, 지난해 열렸던 제25회 미술대전에 얽힌 비리의혹을 보면, 이 사건이 제21대 이사장 선거와 맞물린 상황에서 터졌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상을 볼모로 이루어지는 금품이 3년마다 치러지고 있는 미협 이사장 선거 때 수십 억원 대의 선거자금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뼈 있는 소문 때문이다. “미술대전을 폐지하라”라는 성토의 목소리가 미술계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 속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협이 지난 9일(금) 아르코미술관 세미나실에서 연 ‘대한민국 미술대전 개선을 위한 공청회’는 미술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세미나의 결론은 허무하기 그지없었다. “결국은 양심의 문제”라고 일축되는 의견들만 오고갔을 뿐, 미술대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협의 개혁 의지와 개선의 당위성 또한 불투명하게만 보였다.
윤태건 미술기획자는 “미술대전, 이름만 빼고 다 바꿔라”라고 확실한 개혁을 촉구하면서 “미술대전의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심사과정의 투명성, 공정성을 일부 진척시키는 정도의 수준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즉 “기존 관행과 질서를 뒤흔드는 충격 요법을 가하지 않으면 결국 미술대전 자체가 폐지되거나 공적지원이 끊기면서 미협이라는 단체의 민간 공모전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위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윤태건 기획자는 "미술대전 운영주체를 별도의 기구로 독립시켜 운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최성규 전 미협 이사는 “총체적 상황에서 미술대전의 의의를 짚어보고 그 당위성이 무엇인지 확인하자”고 역설했지만, “지금은 미술대전의 권위를 재확인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최성규 전 이사가 대안으로 제시한 ▲비엔날레 등에 경쟁력 갖춘 작가 선발, 지원 ▲예술제 형식으로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심사제도의 고리 단절 등에서도 당장 눈 앞에서 곪아 터지고 있는 미술대전의 문제들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살펴 볼 수 없었다.
이에 엄종섭 갤러리 가이드 발행인은 “이 자리에서는 어떤 변명의 여지도 필요하지 않다”고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서 “미술대전 사태가 터질 때마다 나서줘야 할 원로들이 없다는 데에 착잡한 마음 뿐”이라고 개탄했다. 또한 “이번에 새롭게 뽑힌 이사진들이 이번 사태의 뒤치닥거리만 하다가 임기를 마치지 않을까”라고 반문하면서 “상금과 심사원원을 대폭 축소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과제”라고 전했다.
앞서 말한 대로 이날 토론자들이 입을 모은 “양심적인 미술대전으로 나아가라”라는 성토의 목소리가 미술대전의 변화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공청회를 시작하면서 노재순 미협 이사장은 “이달 말 개선안을 확정지어 올 봄 미술대전부터 새로운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하지만 양치기 소년의 고함은 진실여부를 떠나 의심의 대상이되기 마련이다. 결국 이번 공청회의 영향력이나 노재순 이사장의 말 모두 두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편집 : [태윤미] 기자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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