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183
이름: 까락
글 등록 구분: 광고
2004/12/6(월) 23:57 (MSIE6.0,WindowsNT5.1,SV1) 211.196.73.154 1024x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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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인석 사이버 전 “나를 둘러싼 세 가지 상념들-사회 자연 주변” 배인석 전 보기(작품 마다 품평과 방명록을 쓰실 수 있습니다)
http://www.artmov.com/
http://artmov.com/board/zboard.php?&id=18_gallery
배인석전 “나를 둘러싼 세 가지 상념들-사회 자연 주변”
그를 둘러싼 총체성의 위기적 상황들
지난 2002년의 개인전만해도 그는 총체성, 즉 어떤 구도적 이념체로서의 사회역사적 인식에 희망을 걸어보고 있었다고 보여 졌다.
접화군생(接化群生).
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무기물 등 우주 만물과 교감을 이루며 함께 진화시켜서 완성과 해방에 이르게 하는 삶을 지칭하는 최치원의 풍류사상의 맥류를 예술의 목표로 환치시켜본 작가 나름의 내면을 엿볼 수 있게 했던 것이다.
여전히 삶과 이웃을 사랑하고 “내가 너일 수 있는 이유는 너의 아픔이 나의 역사 속에서도 발견되기 때문이요, 너와 나의 다름이란 우리라는 공동체의 같은 꿈을 넘을 수는 없다”는 자명성을 내면화하고 있는 것이다.
화면엔 풀벌레, 이름모를 들꽃들이 넘나드는가 하면, 중둥무이가 벌레 먹은 채소로 은유되는 관리사회의 중간계층의 부패상에 대한 엄밀한 경고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른바 상생적 사회적 삶이란 어떠해야하는지에 대한 어떤 희원, 그렇기에 그것은 벽사적(辟邪的) 부적문과도 같은 형식을 띠고 있다. 두터운 색층과 따라서 화면내의 돌출하고 함몰하는 대상들의 (이번 전시작들에 비교우위적으로) 구축적인 형태들은 그러한 조형에의 의지, 곧 생활세계의 구체성들에 기울이는 애정과 주장들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그렇지 않다.
선과 색면은 덧칠을 하지 않았다. 또한 애써 화면을 모두 채워야한다는 의무로부터도 벗어난, 즉 동양화 본래의 여백으로 다른 공간을 채운 작품들이 눈에 띈다. 그려진 하나의 사물도 온전한 ‘불투과성’을 주장하지 못하는(<여름밤...>에서의 담배갑이나 담배 개피), 즉 어린이 그림들의 한 유형인 엑스레이화(X-ray painting)와도 같은 기법이 구사되기도 한다.
이는 분명 꽉 쥐었던 손의 악력을 풀어 쥐고 있던 것을 놓여나게 함, 긴장의 이완, 존재의 질량을 가볍게 하여 그저 모사함, 피폐하고 보잘 것 없는 것에 과도한 시각적 배려를 기울임과도 같다. ‘새가 된 호미’나 ‘솟대에 내걸린 삽’, ‘몸에 피는 저승 꽃’, ‘하얀 사기 소주잔’들은 그렇게 기표로서만 둥둥 떠다니다 어느 순간 실재라고 주장하는 강변이 되는 부조리로서의 어떤 ‘고착화’인 것이다.
이는 마치 자식을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버릇없는 아이로 키우고야 마는 스포일드 차일드(spoild child) 의 오류, 눈앞에 너무도 가까이 다가오는 사물은 상을 흐리게 하여 그 사물의 정당한 인식을 가로막게 돼 급기야 정위定位(orientation)의 불가능성이 초래되는 현상과도 같다.
예컨대 총체성을 파악하기위해 관조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할 그 거리가 파열되고 있는 것이다. 총체성의 위기상황이다.
우리의 관심은 왜 이런 변화가 초래되었는가? 혹은 이 변화는 어떤 징후인가?를 물어야하는 것으로 모아진다.
이는 엄밀히는 그의 개인적 삶의 거소 이전과도 무관하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더욱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삶의 세계의 변화된 정치·문화적 국면에 대한 총괄적 이해·판단으로부터 구해져야하는 답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것은 과도한 시뮬라크르를 표징화 하고 있는 현단계 한반도의 정치 문화적인 ‘맹랑한 신념’들과 혼돈상을 같이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열쇠말들이 사회에 대한 단상들을 이미지화 하고 있는 이번 전시작품들에서 보여 지는 바이다.
그것은 첫째로, 근간에 정치화되었던 문제인 헌법재판소의 관습적 우매한 결정을 범죄(罪)적 행위로 선언한다. ‘官·習·憲·罪·官·習·憲·罪·····’.
이는 물론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한 저항적 혹은 고발적 의미를 담고 있는 프로파겐더이다. 그러나 반복이란 곧 죽음의 이미지와도 상통하는 것으로 이내 의미의 역전이 일어나게 된다. 끝없이 이어지는 ‘관습헌죄’의 칼리그라피의 나열은 처음의 의도를 잃고 이른바 그 범죄가 자기의 것이 되어버리는 내면화의 과정으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마치 죄지은 자처럼 그 활자들 앞을 지나가야 한다.
둘째로는 국가보안법사수라는 정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집단들에서 보게 되는 ‘희희낙락’하는 음습한 범죄적 이미지이다. 국보법의 법망에 포위된 자들 사이로 희희낙락하는 자들이 도열해있다. 이는 섬찟한 그림임이 분명하다. 그는 이렇듯 ‘평등하게’ 공존할 수 있는 ‘평화로운’ 나라의 체계를 아무런 가치판단을 유보한 채로 멀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심한 고문으로 판단이 정지된 후유증을 앓고 있는 환자처럼...
셋째는 이미 국교화된 기독교신앙집단에 대한 비유이다. 초기 동양에 들어온 기독교선교자들은 당시 우리가 못살고 있는 이유가 바로 유교 때문이라 주장했다. 그 말이 유효했던지 ‘모두’가 개종했다. 그리고는 이른바 동아시아가 경제적 부흥을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경제부흥의 진정한 이유는 이들 나라의 공통성으로서 유교윤리의 건강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두 주장의 주장자는 동일한 장본인, 이제 자본의 놀라운 성령을 확증하려는 듯 지폐에 인쇄해나가기 시작하는, 종교와 한 몸인 자본의 힘이었던 것이다.
이들을 요약하자면, 예컨대 맹랑한 신념들이 그의 정위되지 않는/못할 시야를 만들었고 그것이 그림으로 나타난 것이 부분대상의 지나친 확대상, 나아가 대상의 물신화, 즉 과도한 기념비성으로 나타나게 된 이유라는 식이다.
그러나 그는 당장 이런 부당함에 대하여 저항할 수단이 있어 보이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굳어지는 따위들’의 관성에 대해 경각심정도로나, 혹은 쩍쩍 달라붙는 그 사물감들을 차라리 이럴 바엔 기념비적으로 내면화해버리자고 작정이나 하던지, 혹은 단지 파편화된 자연을 드러낼 뿐이다. 그 자연들은 쇠락한 낙조의 지경이거나 돌보지 않은 비천한 무명씨의 탄생으로서 이거나 고단한 수레바퀴를 그저 소리 없이 굴려가고 있는 제 나름의 자연의 모습이다.
그러면서 그는 삶의 외부적 현실과 서서히 멀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 멀어짐의 방법에 대해 우리는 솔직히 그 옳음이나 혹은 그를 것임을 판명할 수가 없다.
단지 그것은 예컨대 모든 원경과 근경을 중경(中景)에 통합시켜버리는 중경의 독재로서 그려지는 서양화와 달리, 평면이 그러한 기하학적 공간으로 되거나 입체적으로 보여 급기야 그 평면성이 교란되기 바로 직전에 멈추어서는 동양화의 고유한 특성과 같은 ‘사유의 공간’을 만들어내려 하는 것 같다는 예상을 할 뿐이다. 즉 이 시대의 오리엔테이션은 결국 이런 혼돈스런 정위일수 있을 뿐이라고 말하려는 듯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너무도 자명한 맥주병이나 술잔들에 이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그 지점을 넘어가는 어떤 사유의 공간으로 안내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보다 멀리 있는 사물을 보고자하는 의지에 통한다.
소위 정신분석학적 진단으로 얘기하자면 현실원리(reality principle)에 사로잡혀있는 보류와 지체, 혹은 수세적 감성의 표현인 것이다. 이는 마치 표범이 사자에게 사냥감을 빼앗기자 자신은 ‘휴식’을 하고 있노라고 위안하는 것과도 같다.
수동적, 수세적 국면으로의 사회읽기.
기실 ‘허전함’이라 하지만 웬걸 그것은 더욱 형형한 골계미를 내뿜고 있는 그의 자연도(自然圖)에서 수세적 국면의 총체성의 한 강도(强度)를 보는 것은 관조가 힘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 그것이다.
박응주(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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